4. 아늑한 모래실

고마운 친구 두 놈

史野 2013. 1. 16. 14:17

그 상해에서 알게 되었다는 친구놈

사야가 술취해 담양에 데려다달라고 떼썼다고 진짜 담양까지 데려다 줬다는 그 놈.

상해 첫해에 만났으니까 그 놈하고도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다.

그 나이에 타지에서 그것도 어학원에서 동갑을 만나게 된 게 반가와 친구먹기로 했는데 사실 생일은 그 놈이 더 빠르지만 학번은 사야가 더 빠르다..ㅎㅎ

 

사야가 홍콩과 도쿄를 거칠 때는 그 놈은 내 상해에 있었고 가끔씩 메일로 안부나 묻던 사이였는데 사야가 먼저 귀국하고 그 놈도 귀국하고 남친을 본의아니게(?) 소개해준 당사자인 관계로 툭하면 우리집에 나타나는 단골손님이 된거다.

고기공놈이 상해 놀러왔을 때도 같이 술마시고 그랬을 정도로 친했던데다, 특이한 성격이지만 말도 잘 통하고 워낙 같이 잠을 많이 자서인 지 정말 스스럼없는 사이이기도 하다

물론 한 까칠하는 사야성격때문에 일년간 우리집 출입금지를 당한 전적도 있다만..하하하

그때 사야를 달래서 출입금지를 풀어준 게 그 콘트라베이스하는 친군데 이젠 그 친구가 짤렸네..^^;;

그러고보니 그 상해산다는 동생놈도 일년 간 짤린 전적이 있고 사야 성격 진짜 X랄맞다..ㅎㅎ

 

 

우짜든둥 포도주가 절실한 사야가 차가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래 간혹 올 일 있을 때 저 친구놈에게 부탁하곤 하는 데 그제 사무실에라도 좀 사다놓으라고 이야기했더니 충주가는 길이라며 어제 들고 나타난거다.

포도주말고 커피원두도 필요하다니 자기가 배달꾼이냐고 투덜대면서도 사오긴 사왔더라..ㅎㅎ

이야기했듯이 허리도 다친 놈이 그 무거운 병들을 들고 와서는 만날 사람 퇴근시간 맞춰가야한다며 차도 한잔 못 마시고 서둘러 떠나는데 정말 얼마나 고맙던 지..

 

그리고 짱가놈, 그제 그러니까 엄마랑 통화한 이후에 또 술에 취해 넌 어찌 한번 와보지도 않냐고, 문자를 보내놨더니 어제 뭐 필요한 거 없냐고 전화가 온거다.

댓글에 울었다는 말도 있고해서 신경이 쓰이더라나..^^;;

보쌈이 먹고싶다고 했더니 보쌈이랑 담배한보루 맥주까지 들고 나타났다.

그때 대학로에서 우연히 만나고 처음이니 오랫만이다.

저 윗놈이 포도주배달해주고 갔다니 보쌈 좀 먹고 가라고 그러지 그랬냐고 (이 둘도 사야때문에 아는 사이다..ㅎㅎ)

 

사야 서울로 이사할 때 이삿짐 날라준다고 와본 적은 있어도 어제처럼 이 여주집에서 편히 앉아 뭘 먹고 그런 건 처음.

운전을 해야하니 짱가놈은 캔맥주 하나로 끝내고 사야는 포도주 마시며 난로앞에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펜션같지 않냐니 펜션보다 더 좋다고..ㅎㅎㅎ

사연이 있어 책을 버려야했던 짱가놈은 무엇보다 사야서재를 무진장 부러워하더라. 이 놈도 책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책버린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듣는 지 모른다.

하긴 사야도 도쿄에서 책정리한것이 (물론 대부분 기부긴했어도..^^;;) 가끔 아깝고 남편이 빼돌린(?) 독일어책들은 여전히 갖고 싶으니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지. 

만난다 안만난다 생난리를 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한 그 오랜 시간, 많은 설명이 필요없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들더라.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 사람에게 위로받고 그런거겠지.

어쨌든 어제 충주갔던 저 친구놈 뭔 속상한 일이 있는 지 평소와 달리 밤에 전화해서 어쩌고 저쩌고 난리길래 놀란 사야가 올라가는 길에 들리라고 했더니 좀 전에 와서 어제 남은 보쌈 결국 먹고갔다..ㅎㅎ

마침 옆집에서 잡채까지 주셔서 오랫만에 제대로 밥한끼 해 멕였다.

 

어쩌다보니 두 놈 다 비슷한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론 둘 다 조금씩만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동성이 아닌데도 말 잘통하는 사내놈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긴 뭐 저 놈들에게도 그렇겠지? 아니 짱가놈은 아닌가? ㅎㅎ

그래서였는 지 오늘아침엔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좋더라

그래 사야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사야를 아끼고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결론은 그래서 옆에있는 남자들이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했던 사주아저씨의 말은 틀린 걸로 판명났다..하하하

 

 

 

 

 

2013.01.16.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