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사주와 정신과상담

史野 2013. 1. 4. 17:16

오늘 사야는 이 엉뚱한 조합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ㅎㅎ

썼듯이 오늘은 정식으로(?) 정신과에 가는 날.

예전에 썼는 지 모르겠지만 울 정신과는 너무나 유명한 관계로 예약이 불가능하다. 하긴 예약이 있었을 때도 두 시간 기다리는 건 다반사라 예약이 없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무조건 선착순으로 가서 약만 타겠다 아님 상담을 받겠다 뭐 이런 식으로 이름을 올려놔야한다. 그럼 한시간쯤 혹은 한시간반쯤 볼 일 보고 오세요..^^ 란 간호사분들의 친절한 충고에 따라 기다리거나 말거나 어쨌든 각자 알아서들 하는 시스템이다.

 

보통 사야는 점심시간 지나고 가는데 오늘은 여주에 가야하는 관계로 좀 부지런을 떨어 점심시간 전에 가서 이름을 올려놨는데 벌써 앞에 두 사람이나 있더라는 것. 두 시간 뒤에 오기로 하고 이런 저런 볼 일을 본 후에 갔더니만 이게 왠 떡 다음 순서니 어디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네

(이럴 경우엔 꼭 로또맞은 기분..ㅎㅎ)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들 집에 있으리란 생각과 달리 병원엔 왠 사람들이 그리 많던 지 곧 들어갈거니까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사야를 부르러 나오신 줄 알았더니 샘께서 순서를 좀 바꾸겠다며 다른 사람을 불러 들어가시더라지. 그럴 수도 있지 했는데 또 다음 사람도 사야가 아니더라지..^^;;

샘이야 늘 이유가 있으신 분이니 나가서 담배한대 피우고 왔더니 오히려 간호사들이 안절부절..^^

나중 간호사분들 말씀이 본인들도 놀랬다며 아마 상담을 오래하시려고 그러신 것 같다고..^^

 

결론은 상담하러 들어가서 ' 선생님 정신과에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웃기기는 하지만요 제가 사주를 봤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ㅎㅎ

사주보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보니 울 샘은 역시나 날 실망시키지 않고 중간중간 뭐가 문제였는 지 핵심만 짚어 물어보시더라지.

도화살은 왜 싫은데요? 역마살은 왜 싫은데요? 하하

거기다 사야가 무엇에 절망했는 지도 잘 알고 계시고 말이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니 선생님과의 상담내용을 여기 다 기록할 수는 없다만 사야의 문제가 무엇인 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지 잘 알아주시는 사람, 그것도 정신과샘이 있다는 건 정말 사야에겐 감사한 일이다.

하긴 뭐 그러니 정신과를 다니겠지만 우르르 무너져내렸다고 (선생님도 그리 표현하셨고,,ㅎㅎ) 생각했던 사야에게 다시 기운이 솟는 느낌이다.

 

사야 사주에 신경성 질환이 있다니 너무나 심상하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신경성 질환은 뭐냐, 시는 분.

사야가 그리 괴로와하는 그 예민한 신경줄 아니겠냐니 그게 그럼 그리 쉽게 바뀔 줄 알았냐고 그게 또 사야를 사야답게 하는 거 아니었냐고 되물어주신 분.

사야는 왜 스스로랑 타협하지 않는 걸까 자신에게 물었다니 너무나 반가와하시며 좋은 이야기라고, 그치만 그게 그렇다고 본인이랑 타협하란 이야긴 아니라고 말하시는 분..하하하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고 뭐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선생님을 만나고 왔더니 머리가 많이 맑아지는 기분.

 

어제 여기까지 쓰고 여주로 내려왔다.

썼듯이 영하 19도라기길래 놀래 내려왔는데 오박육일을 비웠음에도 다행히 뭐하나 얼지 않았더라만 중요한 건 서울은 온도가 올랐다는데 여긴 더 떨어져 영하 이십도를 찍었다.

어제 늦게 도착하니 실내온도 6도 잽싸게 난로피우고 보일러 돌리고 간신히 12도 만들어놓고 잠들었더니 아침 침실온도는 8.6도, 죽이더라.

사야는 왜 이런 게 이렇게 재밌는 지 모르겠다. 하긴 뭐 그러니 이러고 살고 있겠지만..ㅎㅎ

 

본론으로 돌아가 어제 하다만 이야길 하자면..

사야가 추구하는 인간상, 삶의 목표, 그런 것들을 사야는 이룰 수 있겠지만 그런 비슷한 사람을 만나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꿈은 버리란다.

그런 사람이 세상엔 흔하지도 않은데 어찌 짝으로까지 만날 수 있겠냐고..하하하

정말 무슨 복에 이런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 지 모르겠다. 그게 인간대 인간으로의 말이 아니라 절망하는 환자를 위로하는 의사샘의 말이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사야가 무엇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다는 거다. 사야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 지, 그래서 사주같은 걸 보고나서 왜 절망하는 지를 말이다.

 

집을 너무 오래 비운 것 같아 다음 주에나 정신과에 갈 생각이었는데 들렸다 내려오길 정말 잘했다.

사야는 절대 스스로 포기같은 건 안할 인간이고 선생님도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계시지만.

전 남편이 사야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 지 알았기에 보내준다, 고 말했던 것처럼.

그러니까 내 편, 어떤 경우라도 ' 당신 정말 애쓰며 살았어요' 라고 말해줄 것 같은 분이다.

 

전문상담병원이 아닌 관계로 사야에겐 늘 아쉽다만 정말 고맙다.

민망해서 '전 매번 같은 이야기네요' 웃으면 '아니 당신은 매번 다른 이야길 한다' 고 역시 웃어 주시는 분.

사야의 싸움이 얼마나 가치있는 건 지 깨닫게 해주시는 분이다.

 

결론은 사야가 다시 살아났다

그렇다고 사주를 본 그 걸 무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하는 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이야기다.

 

사야는 살아났다만 슬프게도 사야의 분신(?)같은 사야의 똑딱이 카메라가 사망직전이다.

중고등학교 6년간 영어사전이 사야에게 분신같았다면 카메라는 그보다 훨 오랜시간 어찌보면 술담배보다 더 소중한 물건인데 이 기가막힌 상황을 어찌 극복해야할 지..

이 참에 좋은 카메라하나 장만하라는 신의 계시인지..ㅎㅎ 카메라없이도 버텨보라는 운명의 장난인 지..^^;;

 

제대로된 PC도 없고 노트북도 없고 스마트폰은 당근없고 이 넷북으로 버티는 것처럼, 아니 세탁기도 없는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울에서 여주까지 택시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사야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안다, 인생 참 피곤하게 사는 거..

누군가 사야님은 참 의미부여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맞다 사야에겐 매순간이 의미다. 이 매순간 매순간이 그냥 의미다

다신 올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분이므로...

 

어찌보면 이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후회가 좀 남으면 어때서? 개판 좀 치면 어때서? 이리 혹독하게 자신을 괴롭히고 있냐고??? (아 물론 절대 그리 안보이겠지만..ㅎㅎ)

이번에도 선생님에게 그랬다

'선생님 저는 나쁘게 표현하자면 승질 드럽고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왜 사람들은 저를 그리 편히 생각하는 걸까요?'

선생님이 뭐라고 대답하셨는 지는 묻지마라..자문자답했으니까..^^;;

 

새해란 느낌이 없어서 자주 인사를 못 건넨다. 병원에서도 그랬고 오늘 이웃집을 만나서도 그랬고..

어쨌든 새해라는데 그리고 이제 사야는 한국식으로 마흔 일곱이라는 거창한(?) 나이가 되었다는데

어느 분 말씀처럼 이 생을 사는 의미(또 의미..ㅎㅎ)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물론 블로그에 열나 불평을 해놔서인 가 울 큰 형부, 그러니까 세상에서 마음 따뜻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들레님께서 월요일에 큰언니를 끌고..ㅎㅎ 이 곳을 일박이일 다녀가시겠다니 청소도 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뭐 그 수많은 방문객들 속에 없던 가.족.이 온다니 역시 외롭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야가 기분은 좋다.

 

우짜든둥

사주, 운명, 기질, 예정론 삶의 의지 등등 이 대단한 역사속에서 나란 인간의 자리매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너무나 방대한 문제고 왜 사느냐의 문제야 이미 태어난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근원적인 것이다만 그리고 사야도 바보가 아닌이상 어떤 석학도 풀어내지 못한 문제를 사야가 해결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진 않는다만

그래도 최소한 내 삶, 나란 인간의 삶에 대해서만은 조금 더 통찰하고 나란 인간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식으로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되어 이 생을 마감하게 될 건 지에 대핸 아주 진지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싶다.

 

사야는 잘 살고 싶어서 한국에 돌아온 게 아니다.

자신을, 그리고 이 삶을 조금은 더, 아니 조금만 더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쓸 수 있는 이 땅에서..

고맙게도 점을 보고 사주를 보고 또 그걸 이해해주시는 정신과샘까지 만나 우선은 에너지를 써가며 그 모든 걸 이해시킬 필요는 없는 그런 다행인 시간들이 가고 있다...

 

 

 

 

 

2013.01.04. 서울에서 시작한 글이 여주에서 끝났다만 그냥 나만의 공간에 올려놓는다....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