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야의 싸움 2

史野 2012. 11. 14. 21:22

지난 번에 사야가 이렇게 지내는 게 기적같은 날들이라고 했는데 그래 그 기적같은 날들이 또 며칠 흘러갔다.

 

 

 

왜 하필 요즘은 비가 그리도 자주 오는 지, 월요일엔 병원에 갈 생각이었으나 비가오는데 씽씽이를 바깥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안에 가둬두는 것도 좋은 건 아닌것 같아 결국 포기.

가장 좋은 방법이야 예전처럼 문을 약간 열어놓는 거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운 관계로 그랬다간 실내온도 올리는데  무지 고생해야할 상황..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그래도 신경을 많이 써줘야하는 사야보다 훨 예민한 씽구리다.

 

 

 

비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비만 오면 심란해서 대낮부터 술을 마시다가 동쪽방에서 서쪽방으로 침대를 옮겼다. 술을 마셨으니 미친척 했지 세상에 매트리스가 그렇게 무거운 지 처음 알았다..^^;; 예전에도 침대를 옮기는 일을 자주하긴 했지만 독일침대는 침대 프레임안에 싱글이 두 개 들어있는 관계로 혼자서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저 퀸사이즈 매트리스는 바윗덩어리만큼 무겁더라지.

 

 

 

개들이 떠나고 씽이도 집안에 들어와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년만에 사야의 마당에도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포르르포르르 날아다니는 새들이 어찌나 귀엽던 지.. 예전 시아버님이 늘 나무에 새먹이를 걸어놓고 망원경으로 관찰하시는 걸 좋아하셨는데 사야도 함 그렇게 해보고 싶다.

 

 

 

화요일엔 아침 열시부터 포도주를 마시다가 또 미친듯이 이것 저것을 치우고 오후 두시부터 불을 피웠다. 하필 혼자 남은 게 춥고 깜깜한 겨울이라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불을 피울 수 있는 계절이라 다행이란 생각. 정말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걸 새삼 느겼다만 그게 또 맘대로 안된다는 게 문제겠지.

 

 

 

아침햇살이 걸린 사야의 한복치마다. 예전 침실은 이런 식으로 변신중이다. 저 피아노앞에 앉아본 건 도대체 언제적인 지 기억도 안나기에 저거 닦느라고도 무진장 고생했다..^^;;

 

 

 

아침햇살은 아직 초록빛을 자랑하는 저 으아리쪽에도 걸렸다.. 낮 12시전에 일어나는 적이 별로 없었던 사야에겐 이런 풍경도 감동이다..^^;;

 

 

 

아직 데크를 칠하진 못했지만 산뜻한 색의 의자와 탁자를 올려놓고 보니 기분이 좋다.

 

 

 

수도공사가 하도 질질 끌어서 시키지 못했던 장작이 오늘 드디어 왔다.

남친이 모든 공구를 가져가버려 혼자 편하게 쓸 장작을 시킨건데 대부분이 난로에 들어갈 수 없는 크기라 난감하기 이를데없다.

일단은 밑불로 쓰려고 시킨 쪼갬목이 일루베가 되고 가끔은 '어찌 되겠지'하는 사야의 근거없는 낙천성때문에 나무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어찌나 좋던 지. 예전 울 부모님 세대가 연탄백장 들여넣고 느끼셨던 그런 뿌듯함이었달까

 

 

 

문제는 하도 안마른 장작을 보낸 관계로 오늘 불 붙이는데만 이젠 나름 베테랑인 사야도 한시간 반이 걸렸다. 일단 불이 붙으면 안에서 마르면서 타면 되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 지. 그래 생각다 못해 저 난로의 장점을 최대 살려 난로위에서 말리고 있는 중이다.

 

 

 

그걸로 끝나면 사야가 아니지. 특이하다 못해 엉뚱하기까지 한 기발한(?) 사야가 내일의 밑불을 위해 지금 나무를 오븐에 넣었다..ㅎㅎ

 

 

 

집 뒷쪽으론 대충 울타리 칠이 끝났다. 저기 저 레드와인을 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저 색이 워낙 많이 남은데다 어차피 저 뒤로 갈 일도 없고 씽씽이가 걷고 있는 저 길은 다니는 사람도 없어 활용 좀 했다..ㅎㅎ

창고는 우선 사다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밑쪽만 저리 칠해보았다. 이웃집과 같이 쓰는 면은 울타리처럼 라임그린으로 저 면은 저리 라이트엘로우로 칠할 거지만 자주 쳐다봐야하는 창고문쪽은 무슨 생으로 칠할 지 아직 고민중

오랫만에 색 섞는 거에 재미붙였다....^^

 

 

 

원래 버리려던 울 새깽이들 쇼파는 씽구리가 워낙 좋아했기에 우선은 저리로 옮겼다. 데크앞이 아니어서인 지 자주는 아니어도 햇살이 따뜻하게 드는 관계로 저리 가끔씩 올라가 있더라.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하는데 저 놈이 오늘 또 아침 저녁을 다 거부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일주일전 만해도 너무 애닯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래 이렇게 하루하루가 때론 너무나 힘겹게 때론 너무나 무심하게 가고 있다.

이게 사야로선 무척 피터지는 싸움인데 대견하게도 피대신 오일스텐 레드와인색이 뚝뚝 떨어지고 있네..ㅎㅎ

물론 사야의 지금 가장 큰 소원은 이 곳에서 씽구리와 둘이 겨울을 무사히 나는거다.

클래식 음악을 다시 조금씩 듣기 시작했으니 미친듯이 일만하는 게 아니라 다 팽겨쳐두고 책도 읽는 시간이 오기를,

우선 그것만이라도 빌어보자..

 

 

 

 

2012.11.14.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