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2012년 1월 1일
친구따라 강남간 건 아니지만 어쨌든 친구따라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멀어서 못 간것도 아니고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서 안 간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가게 되지 않았던 곳. 노통이 살아계실때 간절히 가고 싶었던 곳이었건만 그 분이 돌아가신 후엔 왠지 그 곳에 가면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이 날 것 같아서란게 변명아닌 변명이랄까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실감이 나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더군요. 심지어 부엉이바위앞에서조차..
그저 백미터 달리기를 마쳤을 때처럼 숨만 턱턱 막혔을 뿐.
정토원에선 아예 법당엔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친구가 들어가 절을하고 누군가를만나 이야기를 하는 사이 전 그저 법당계단 앞 의자에 바보같이 앉아만 있었습니다.
(왜였냐구 물으신다면 할 말이 너무 많은데 그냥 여기선 지나갈게요)
그 곳에 갈땐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었는데 날이날이었던만큼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워낙 일찍 출발했던 관계로 저희가 갔을땐 그리 번잡스럽진 않았지만 서둘러 묘역을 벗어나 저도 먹어본 적이 있는, 봉하쌀이 생산되는 논둑길을 좀 걸었습니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그냥 돌아오긴 그렇고 그 유명하다는 우포늪에 갔었습니다. 봉하마을이 처음이듯이 제겐 우포늪도 처음이었네요. 친구말로는여름엔 너무너무 멋진 곳이었다며 난리던데 전 그냥 제게 늘 익숙했던 풍경, 그리고 봉하마을도 다녀온 상황에 저런 쓸쓸한 겨울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겨울산책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괴롭고 복잡한 제 마음에 선물같은 시간이었구요. 드라마틱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오랜친구와 과하지 않은 이야기와 때론 침묵을 동반한 산책도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데 앞이 안보일 정도로 정말 영화속의 한장면 같았답니다. 계속 되었다면 공포스러웠겠지만 적당한 감동만 주고 다행히 그쳐주워서 제 특별한 날의 마무리도 잘해줬고 다행히 집에도 무사히 왔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하나 던져놓고(?)간 것이 많은 분들을 걱정시켜드렸나봅니다
덕분에 많은 걱정과 위로에 놀라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렇게 위로받고 감사하며 제 길을 찾아나갈 힘을 얻는 거겠죠.
저도 물론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대한 나름의 애정(?)으로 그 글을 쓴거랍니다..^^;;
이젠 마흔 여섯살, 만으로도 마흔 다섯이 되는 해.
왠지 스물여섯살이 되면 모든 걸 알아야할 것 같은 강벅관념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그 것보다 이십년이나 많은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나이
여전히 이런 모습인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또 여전히 이런 모습인게 대견스럽기도 한, 참 아이러니한 기분입니다.
제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들이 당장 해결될 그런 문제들은 아니지만 아니 어떤 식으로 해결될 문제들인 지 감이 잡히지도 않지만 사야는 여전히 살아가는 게 좋고 사야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기를 꿈꿉니다.
진짜 늙은이도 아니건만,
그리고 2012년이란 숫자가 낯설어 보고 또 보면서도 전 아직 이런 새로운 의미가 좋습니다.
하긴 뭐 이젠 과거의 습관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제가 늘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좋아했던 그 느낌이겠지요.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저처럼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마흔 다섯이란 이 나이에 감동해 또 미친듯이 이 나이를 잘 살아낼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전 여전히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구요.
이 나이가 되어 주변사람들에게도 그런 이야길 듣고 가늠할 수 없는 인간, 그러니까 적확하게 이야기하면 걱정을 끼치거나 신경쓰이게 하는 인간이란 게 자랑은 아닙니다만 모든 인간이 같은 방식으로 살 순 없는 거 아니잖나, 생각하렵니다.
우짜든둥 때론 무진장 단순한 사야는 새해 첫날은 잘 보내고 지금 다시 또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왠지 모든 것이 잘 될 거란 그런 희망요..^^
아무도 기약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해선 말을 아끼렵니다
대신 늘 이렇게 질척거리다가도 여전히 살아내고 그랬던 것처럼 또 그런 사야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2년 새롭게 인사드립니다
아주 오래전에 어딘가에 찍힌 05, 라는 표현에 무진장 충격받은 적이 있는데 이젠 그 05도 넘어 12가 되어버렸네요.
늘 그러셨던 것처럼 사야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뭐 개판을 치던 말던 사야가 어디가겠습니까? ..^^
갑자기 유령(!!!)들이 커밍아웃을 하셔서인 지 특히나 제 글을 유령으로 읽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비공개도 아니고 어차피 불특정 다수를 향해 쓰는 글이긴 하지만 예전 칼럼 시절과는 달리 사생활을 끄직이는 입장에선 꾸준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좀 되신다는 것도 놀라왔지만 꾸준히 글을 읽으신 때문인 지 나름 저를 잘 파악하고들 계신 점에서는 등골이 서늘하도록 놀라왔습니다.
두루두루 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핸 목표같은 것도 없는 상황이지만 우선은 꾸준히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자기점검을 할 생각입니다..^^
2012.01.02.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