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 지라도...

史野 2011. 6. 7. 23:36

어차피 살아내야하는 인생..ㅎㅎ

 

 

모든 게 사야의 텃밭 출신인 이 채소들. 요즘 채소값이 똥값이라지만 이리 키워먹는 재미는 정말 남다르다. 특히나 저 가운데 있는 씨를 뿌려놓았더니 넘치도록 나는 적상추 어린 잎들. 간단히 무쳐놓으면 얼마나 맛있는 지.

이젠 왼쪽으로 보이듯 다채도 고추도 심지어 시.금.치까지 조금씩 수확을 할 수 있는데다 저 뒷쪽으로 보이는 건 어린 호박잎 삶은 것.

 

 

그때 이야기했던 내겐 아직도 신기하기만 한 수중펌프다.

 

 

시골사람들은 밭에 물을 잘 안준다던데 꽃키우던 기억때문인 지 저리 물을 자주 주고 있는 중. 경험이 없어 대충 키우고 있긴한데 상추를 너무 많이 심었더라지.

마음은 상추한고랑을 파내어 고구마같은 걸 심고싶은데 잘 자라는 상추를 뽑아낸다는게 왜이리 힘든 결정인지 모르겠다

기껏 상추 몇 포기 싶은 것 가지고도 마음이 이런데 작정하고 농사지었다 똥값때문에 배추밭은 갈아엎는 다는 농부들의 그 마음은 어떨까.

 

 

왕성하게 자라는 풀잎채소들 때문에 요즘 사야네 식탁은 저리 채소 비빔밥.

 

 

상추는 뜯은 지 좀 되어 끄트머리가 좀 이상해보이긴하다만 우짜든둥 저리 상을 차리다보니 녹색의 다양함에 또 놀랜다. 에스키모나라엔 흰색에 대한 표현이 이백가지 아프리카 어디엔 녹색에 대한 표현이 이백가지라더니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것 같다지.

 

 

지붕에 창이 있다보니 가끔 이런 근사한 장면을 만나게 된다. 미술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도 아니건만 햇살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고 감동하고..

 

 

비오는 날의 사야네. 저 뒤 연두색 통도 그렇고 이 앞의 오렌지 통도 그렇고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물새는 집애처럼 이래저래 저리 부지런히 빗물을 받는다.

채소씻은 물조차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사야. 앞으로의 험난한 세상에 완벽적응인가.

 

 

저 집에 이사올 거 같았던 사람들은 결국 안 오기로 했단다. 우리집처럼 들어와 사는게 아니니 대출문제며 복잡하긴했겠지만 참 바보들이다. 조금만 손보면 가격대비 정말 근사한 집인데 왜들 그걸 모를까.

하긴 뭐 우리집도 그리 안나가고 있다 내 차지가 된거니 뭐 각자 안목이겠다만..ㅎㅎ

 

 

사야를 힘들게도 행복하게도 만드는 울 다섯 새깽이들. 내게 삶이 무엇이냐고 더 묻게 만드는 나의 천사들.

 

 

인터넷을 한 지 십이년 째 인터넷 인연이 한 둘이 아니다만 어제 처음으로 울 새깽이들로 인한 인연이 내게 왔다. 사야가 아닌 저 놈들을 보러 누군가 온다는게 참 신기하고 설레였다지.  

 

얼마전부터 이 곳엔 반딧불이 출현했다. 동영상을 찍으려다 실패하긴했다만 장성에서 한두마리를 처음보고도 감동했었는데 여긴 대여섯마리가 활동중인 듯.

 

어젠 또 아주 오랫만에 아니 백만년 만에 여기에서 닉이 뭐였는 지도 당장 생각이 안나는 놈이 전화를 했었다.

나같으면 정말 부끄러워서라도 감히 전화해 볼 생각은 못했을텐데,

부끄러움이 없는 건 지 삶이 그렇게 만만한 건 지 그것도 아니면 삶이 아닌 사야가 그리 만만해 보였던 건 지 요즘이야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적은 나이도 아닌 마흔 다섯. 안봤으면 좋을 그 처절한 모습을 리얼하게 내어보이더라는 것.

누군가의 삶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잘 알지만 이 나이에 내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접해야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병에 걸렸건 아니건 삶 자체는 시한부 인생

다른 사람에게까진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그리도 힘든 일일까.

산다는 게 결국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쉽진 않지만

나이가 들 수록 생각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걸 인정하는 건 참 어렵다.

 

 

 

2011.06.0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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