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이상해진 사야

史野 2010. 11. 29. 19:12

 

 

세상에나 글을 올린지가 한달도 넘었네요

세상이 어수선한데 다들 잘 지내시나요?

 

요즘 사야는 정말 이상해졌습니다. 잠을 열두시간도 넘게 잔다니까요 그리고 아무생각도 없는듯해요

때론 일어나서 커피마시고 아침(?)먹고나면 오후 네시가 훌쩍 넘어가있곤 하거든요..^^;;;; 

 

우선 여지껏 어깨때문에 병원에 가보질 않았답니다.

대신 윗집 어르신께서 고려수지침인지 뭔지를 놔주셨는데 그게 효과가 좀 있는 지 많이 움직여지네요

이젠 노트북을 책상에 올려놓고 자판을 두드려도 괜찮을만큼요.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정신과도 요즘은 잘 안가네요. 전 선생님과의 상담이 절실한데 환자가 너무많아 눈치가보이거든요

선생님은 자기가 신경을 안쓰는데 왜 절더러 다른환자를 신경쓰냐는데 전 그게 잘 안되네요

얼마전엔 서울까지 갔다가 상담도 안받고 그냥 나와버린 일도 있었다니까요..ㅜㅜ

 

그렇다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집이 떠나갈만큼 자주 웃습니다. 심지어 티비오락프로를 보고도 미친듯이 웃으니 사야가 이상해진건 맞지요.

대신 사람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는 일들에 무관심해졌습니다.

현실정치나 상황에 극도로 민감해하면서도 전혀 상관없는듯 조선시대 책이나 뒤적이고 있기도 하고요.

 

참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데려오는 과정에서 예전 이웃과 아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요 놈 호박이입니다.

 

 

바로 저 씽씽이 놈이 애비인데요. 그러니까 전에 살던 곳의 옆옆집. 씽씽이가 바람난줄 알았던 처자가 아닌 그 에미랑 사고를 쳤더군요..-_-

 

 

우짜든둥 삼촌(?)의 사랑도 듬뿍받고

 

 

지 할머니가 무슨 친구인줄 알며 삼대가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바리가 아직 두살도 안되었는데 삼대라니 좀 웃기지만요..ㅎㅎ

 

 

어느 날 좋던 날 이렇게 식구들이랑 집들이도 했습니다. 원래는 남친어머님과 스님도 오시기로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불발이 되었네요. 거창하게 상견례까진 아니더라도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서로 얼굴들이나 익혔으면 했던 제 소망도 물거품이 되었구요. 우선 스님과 제가 화해를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요기 제 작은형부가 썰고 있는게 족발인데요. 침놔주셨다는 어르신네가 제사를 지냈다며 세상에나 생(!)족발을 선물로 주셨답니다. 도대체 너무나 황당해서 무얼할까하다 오븐에 두시간 구웠는데 의외로 대박이었답니다. 며칠전에도 손님들에게 해줘봤는데 다들 아주 좋아하시더라구요.

 

 

아 그리고 제가 한번 '옆집남자'란 제목으로 블로그에 올리고싶었던 연양리살때의 옆집남자가 후배랑 다녀갔습니다.

혹 기억하시나요? 왜 이사와서 절더러 아주머니 블로그하시죠? 했다던 그 남자요..ㅎㅎ

딱 육개월을 함께 살았을뿐인데 아주 오래된 친구같은 그런 남자랍니다. 저 흰옷의 남자는 처음보는데도 역시나 오래된 친구같았어요.

지금은 제가 그리 가보고싶어하는 봉하마을근처에 살고 있으니 또 볼 기회가 있겠죠 (기다리레이 내 왠수갚으러 간데이..ㅎㅎ)

 

 

요즘 또 사야를 행복하게하는 장작입니다. 황토집이라 온도변화가 거의없다보니 보일러를 돌려 실내온도를 올리는 일이 보통 어려운게 아니랍니다. 기름보다 비싼 LPG를 쓰고 살았으면서도 왜 기름보일러는 돌아가는 소리에도 돈이새는 것처럼 철렁철렁하는 지 (난방비에 이러다니 사야가 이상해진거 맞긴맞죠? ㅎㅎ) 거의 난로에 의존하고 산답니다.

 

 

마침 연양리살때 가져온 소나무도 저리 잘라놓고요. 요즘은 저 나무때는 것도 아까와 야산에 잡목들 줏으러 다닌답니다. 아직 지게를 산건 아니지만..ㅎㅎ 산으로 나무하러 다니다 왕건이라도 만나면 좋아죽는 사야가 상상이 가시나요? ^^

 

 

남친과는 물론 전혀 안싸우는 건 아니지만 신기할만큼 잘 지냅니다. 때론 하늘이 내게보내준 천사가 아닐까싶을만큼 제게 잘해주네요. 어쩌면 상처로 가득한 사야에게 진짜 필요한 남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미가 워낙 종자가 작아 귀엽다기보단 안타깝기만 하던 울 꼬맹이도 이제 많이 컷습니다. 아기라고 모두 오냐오냐하니 울집 생양아치에 깡패랍니다..ㅎㅎ

 

 

이 한적하고 요새같은 곳에서 사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제 삶과 아니 잠재된 욕망과 화해하고 싶습니다. 아니 타협하고 싶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까요

 

저는 늘 뭔가가 되고싶어 발버둥쳤었는 지도 모릅니다. 제가 타인에게 줬던 그 많은 상처들도 그 열등감때문이었겠지요

이젠 아무것도 되지 않으렵니다. 어쩌면 사야는 앞으로 점점 더 이상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 11. 29.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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