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엄마노릇
한마리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다섯마리의 강아지가 생기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사실 마당에있던 바리집을 이렇게 데크로 옮기고 나름 산방을 만들어줬다. 바리가 진통을 하던 저날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는데 저 안에서 오돌오돌떨며 고통스러워하는 게 너무 안쓰러워 저리 바리집으로 거의 기어들어가 쓰다듬어주느라 생고생을 했다.
바리가 새끼를 가진걸 안 후부턴 저리 현관안에서 재웠는데 새끼까지 생긴마당에 어쩌겠는가 그래 다들 현관으로..
내가 죽고 못사는..ㅎㅎ 바라의 저 표정. 키운지 얼마안되어 새끼낳고 예민해지면 어쩌나했는데 고맙게도 너무나 고맙게도 내게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생후이틀째인 우리 강아지들. 다들 무사히 하룻밤을 넘겨줘서 대견.
도저히 저 작은 방석으론 안되겠어서 새로 하나 사오랬더니 저게 가장 큰거라나..
가끔 젖먹을때 턱이 아플까 걱정도 되지만 저 놈 표정은 뭐 그건 아닌것 같다..ㅎㅎ
바닥문제에 있어서만은 한깔끔하는 남친이 개털때문에 고민하다 깔아놓은 것. 바리는 저 곳을 벗어나고싶어하고 남친은 말리고 둘이 싸우는 거 보면 재밌다.
태어난 지 오일째 이젠 방석을 벗어나는 것은 일도 아닐세.
자연의 법칙이란 이런 건지 눈도 못뜨는 놈들이 어찌 엄마는 찾아가 젖을 빨고 또 에미는 탯줄끊고 새끼들 젖먹이고 배변시키고 다 어디서 배운건지.
추석날 출산하고 처음으로 강가로 산책을 갔다. 몸은 가벼워졌지 오랫만이지 훨훨 날아다니며 어찌나 말을 안듣던지 묶어놓고 혼내는 중인데 사진찍는 사이 딴짓..-_-
추석다음날. 이런 저런 이유로 새깽이들을 다 싣고 서울로 가는 길. 강아지들은 괜찮았는데 바리가 멀미를 어찌나 하던지 결국 중도포기하고 돌아오다 막판에 한컷. 무식한 주인들이 개하나 잡을뻔했다.
정이라는 게 뭔지 차안이며 내가 아끼는 바지며 온갖 토사물천지였는데 아무 생각이 없고 저 놈 어찌될까봐 어찌나 겁이 나던지. 다행히 국도로 갔던 관계로 내려서 산책도 시키고 또 태우고 또 토하면 또 내리고 생고생을 했지만 무사해서 다행.
어제는 산책을 데리고 나갔더니 드디어 그냥 지혼자 집에까지 와버렸다. 일킬로정도 되는 길이니 무사히 집에 온건 넘 대견하지만 가지말라는 걸 혼자 갔으니 엉덩이 몇 대 때리고 마당에서 벌을 좀 세웠다. 지금 나도 애기예요 시위중..ㅎㅎ
다섯식구의 평온한 시간.
식성이 좋아 강아지인지 곰인지 모르게 뚱뚱해져버린 아끼(秋)와 아메(雨)다. 위에 적었듯이 이 놈들이 엄마가 진통을 하는내내 그리고 가을빗속에서 태어난 관계로 지은 이름이다. 까만놈은 가을이 하얀놈은 비라고 하고 싶었지만 개이름으론 좀 그렇기도 하고 제일 약해보여 씩씩이라고 지었었는데 발음상 씽씽이로 개명..ㅎㅎ
오늘로 생후 10일. 이젠 몸무게들도 늘고 활동성들도 커져 저 한방석에 누워있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저건 연출된 사진이다..ㅎㅎ
애가 애를 낳아 지레 걱정이었는데다 내가 출산경험이나 개키운 경험도 없고해 무진장 힘들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은 늘 오버하게되는 듯하다.
새끼들이 다 숫놈들이라는데 앞으로 저 놈들을 다 어찌해야하는 지 벌써부터 걱정이고 엄마노릇 앞으론 안하고 싶다지..^^;;;;
우짜든둥 우리 가을이랑 씽씽이랑 아끼, 아메는 열흘동안 무사히 자라줘서 고맙고 바리는 새끼들을 잘 돌봐줘서 고맙고 대견하고 무엇보다 안쓰럽다.
2009.10.07.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