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명상원 탈출기..ㅎㅎ

史野 2008. 1. 18. 14:21

아시다시피 사야는 여행을 끝내고 사박오일 명상원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내가 글을 늦게 올린걸  보고 아 이 여자가 명상원에 잘 다녀왔나 하셨던 분들 당당하게(!) 오산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지..ㅎㅎ

 

여행기야 대충 올렸지만 사건 사고 투성이 사야덕에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광주에서 올라온 그 날 입소시간에 늦어가면서 그 명상원으로 들어갔단 이야기.

 

나야 가는 길이니 집에 들려 옷이라도 갈아입었지만 고기공놈은 사박오일 여행짐을 그대로 들고 다시 명상원으로 가는 사태발생.

 

여행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 둘은 또 명상원에 대한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그 앞에 도착했는데...

 

아 이게 뭔가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면 과장이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명상원이 아니었다. 거기다 가르치는 선생이란 자는 뚱뚱하긴 또 왜이렇게 뚱뚱하고 얼굴에 욕심은 붙었고 사람이 직감이란게 있는데 이건 아니다란 기분.

 

거기다 나누는 시간의 사람들 태도나 이 남자의 태도도 마음에 안 들고 일대일 상담이란 것도 웃기고 어쨌든 여행의 피로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피곤한 몸으로 씻을려니 이건 또 남녀 분리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세면대 물은 안 빠지고 난리가 아니더란 말씀.

 

아니 우리가 낸 돈이 얼마인데 시설이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이더냐.

 

잠자리야 당연히 불편한데 더 황당했던 건 개인상담때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해보라고 숙제까지 받았건만 두 아주머님께서 부황을 뜨시며 왠 드라마이야기를 그리 시끄럽게 하시는 지 황당.

 

어찌어찌 잠들었다 깨었는데 아침밥은 부실하고 나와 담배를 피우며 복잡해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더란 거다.

 

그러면서도 자꾸 스스로에게 이제 이런 불편한 잠자리 세면시설등 어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네 삶은 어려워지는 거라고, 그지 같은 곳이라도 네가 잘하면 얻어가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더랬다.

 

뭐 나만 그렇게 느꼈겠는가. 오전을 보내고 나서 점심식사후 고기공놈과 잠시 산책을 하며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하루만 더 참아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오후 명상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앉아있는데 분위기도 산만하고 난리도 아닌데다 그 놈의 직감이란 게 자꾸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 다시 담배를 피우러 나가며 고기공놈을 불러 ' 오늘 나가자' 해버렸다. 고기공놈은 내가 어깨를 치길래' 아 내일 나가는 구나' 했지만 오늘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나..ㅎㅎ

 

문제는 거기서 생겼다. 우리야 나가는 게 그리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고 단지 돈을 어떻게 반이라도 환불받을 수 있을까 였는데(그러니까 나가는 문제는 간단하고 돈받는 문제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 선생이란 자가 나를 붙들고 앉아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건 무슨 내가 큰 죄인인 기분.

 

머리는 찌근찌근 아파오고 환불? 필요없거든 난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인생피겠다란 생각까지 들더라지..^^;;;

 

어쨌든 내가 누구냐? 판단력 결단력 추진력하면 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가 아니던가..ㅎㅎ

 

사박오일만 자기를 믿고 따라주면 내 인생을(아 물론 고기공놈 인생까지) 바꿔주겠다고 자기에겐 그런 능력이 있다는 선생이란 자를 말로 이기는데(?) 성공해서 제발 밤 아홉시까지만이라도 버티라는 걸 저녁시간인 다섯시 삼십분에 탈출했다!!!!!!

 

택시에 딱 앉는 순간 고기공놈이랑 나랑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지..-_-

 

사실 아는 분이 소개한 것만 아니면 더 개판을 치고 나올 수도 있었지만 내가 그 분을 믿는 관계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돌아와서 우리집에 앉아 고기공놈이랑 둘이 그 곳에서의 경험이나 느낌을 나누는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탈출에 성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는 거다.

 

뭐랄까 무슨 사이비교주집단을 탈출해 나온 기분이었달까.

 

단 하루를 있었을 뿐인데 이건 무슨 그 곳에서 한 일주일은 보낸 것처럼 속세가 아련했다지.

 

구정까지 말미를 줄테니 (돈도 안 받고) 마음 다잡아 먹고 다시 들어오라던데 우리가 총맞았냐? 비싼 수업료내고 인생을 배웠단 생각이다.

 

사실 명상원같은 게 유행이고 반은 재미삼아 들어간건데  그렇게 새해를 맞아 별렀던 명상원은  황당하게 막을 내렸다.

 

올케언니는 오빠가 다녀온 명상원은 좋았다고 거길 다시 가라는데 지금은 명상원의 '명'자만 들어도 머리가 찌근거린다..ㅎㅎ

 

 

 

 

 

2008.01.18.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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