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史野 2007. 10. 8. 12:04

도쿄에서부터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미루다가 오늘 러시아특집(?)을 보니 한 번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 싶다.

 

넌 또 러시아랑 뭔 관계냐고 할 지 모르겠다만 일단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러시아문학이나 음악 등을 접하며 자랐고 (그러니까 우리의 정신적 토양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근대에 와서는 밀접한 역사적 관계 또 나는 아니었지만 운동권들에겐 러시아란 나라가 의미하는 바도 크고 하니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는 나라,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나라가 러시아란 생각이다.

 

거기다 나는 한 번 모스크바에 가서 거의 살 뻔 한 적이 있었던 데다 얼마 전에도 기회가 있었다. 첫 번 째야 신랑이 너무 가고 싶어 했지만 두 번째 오퍼에서는 반대였다. 내가 우리 모스크바로 가자, 했더니 '그 위험한 곳을 가자니 너 죽고 싶니?' ^^;;

 

그런 러시아말고 내가 푸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도쿄 첫 해였다. 그 전에도 푸틴기사를 꽤 접하긴 했지만 그저 차돌같이 생긴 남자가 유도를 참 잘한다는 게 내 인상의 전부.

 

운동을 시작한 이 후부터 시간이 없어 포기했지만 도쿄 첫 해에 나는 거의 매일 아침 NHK에서 해주는 세계뉴스를 보았다.

 

여덟시부터 열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한국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러시아 미국 때론 알자리라 방송까지 였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언어는 본 방송으로 듣고 이해 못하는 언어는 일본어 연습겸 일본어로 듣는 말하자면 내겐 언어공부였다. 비슷한 뉴스들을 다루니 이해하기도 더 낫고 말이다.

 

재밌고 인상적이었던 건 세계에 어떤 일이 생기면 모든 나라가 동시에 그걸 헤드라인으로 다루는 데 딱 세 나라 그러니까 내 조국 대한민국과 러시아 미국만이 아니었다.

 

한국(KBS)과 미국(ABC)은 국내문제 우선이었고 러시아는 백이면 백 푸틴대통령이 나왔다. 예전 5공화국 때를 기억하실 거다. 뉴스만 틀면 오늘 전두환대통령은 어쩌고 한편 이순자여사는 어쩌고 매일 밤 서두를 장식했었다. 오죽하면 우리가 전통의 호는 '오늘'이고 이 여사의 호는 '한편'이란 농담을 했겠는가.

 

푸틴이 참 똑똑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건 그 뉴스를 보면서인데 어찌나 미디어를 잘 이용하던지, 인자한 모습 부드러운 모습등등 저 뉴스만 보다보면 푸틴은 정말 대단한 대통령이구나 할만큼 선전효과가 대단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푸틴을 비판한 몇 명의 저널리스트가 살해당했다 (누가 살해했냐고 내게 묻지마라..ㅎㅎ).

 

어느 날 푸틴이 유럽원수와 회담이 있었는 지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데 추운 러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더워서 그랬는 지 코트를 벗어서는 아래로 던져(!) 버리는 게 방송을 탔다. (아 물론 러시아티비가 아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놀랍던지 아 저 남자 카리스마 굉장하군 싶었다.( 좋게 말해 카리스마지 대단한 독재자군.)

 

지금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수치상 지지도도 칠십오퍼센트가 넘어간단다. 그 인기를 타고 그 분께서는 대통령을 더이상 할 수 없으면 수상을 하시겠다니 허걱이다.

 

오늘 BBC방송에서 다룬 게 그거였는데 러시아의 정치평론가가 나오고 세계 각지에서 그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이 메일을 읽어주거나 통화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오늘 뉴스에선 모스크바에서 2년전에 살해 된 여성언론인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데모가 있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반대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뭐 이런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러시아법에 위배되지 않으면 찬성이다. 푸틴은 대단한 지도자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라왔는데 역시 미디어의 힘은 세다란 생각..아 나도 물론 푸틴이 대단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정치평론가였는데 그도 역시 지난 번 내가 미얀마사태에 대해 올린 글에 언급한 것처럼 과연 러시아인들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민주주의를 원하는 가, 라는 관점에 대해 피력하더라는 거다.

 

옐친하 비교 러시아는 지금 안정을 찾아가고 경제도 발전하고 푸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어쩌고 하면서 우리가 원한다면 당신들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막무가내식 미국의 몇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더라는 것.

 

나는 물론 어느 정도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 푸틴의 이미지가 프로파간다로 만들어진게 아니라면 그리고 그가 반대파나 체첸문제를 잔인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 그 발전의 수혜자가 과연 누구인가가 어느 정도 명백하다면 말이다.

 

우리도 개발독재의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 있지만 또 그 개발독재를 옹호하고(수혜도 못 받아놓고서) 박통을 위대한 민족적 지도자로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내 딜레마긴 해도 말이다.

 

거기다 예전 사모바르와 칸트의 고향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성을 강조한 칸트가 고향에서도 천대받는 나라 감성적인 민족이 러시아 민족 아닌가.

 

그들 대다수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그저 잘 먹고 잘 살 수 있기만을 바란다면 나같은 애가 감히 푸틴이 정권을 유지하는 걸 반대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너희들 제발 정신차리라고 할 수 있겠냔 말이다.

 

서방국가에서 푸틴을 견제하는 건 러시아가 이러니 저러니해도 아직 강대국이기 때문이지 러시아인들에게 진정한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도 곧 대선을 치를거고 반대쪽에서 아웅다웅 개판을 치는 동안 한나라당의 후보는 이미 강력한 지지도로 우뚝(!) 서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그러니까 민노당을 지지해야할 것 같은 사람들이 더 열광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밀어부치는 추진력을 가진 대통령을 원한다는 말도 지식인 그것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돈다는 것도 놀랍다.

 

인간에겐 자유의지보다 누군가에게 이끌림을 당하고 싶어하는, 나쁘게 말해 노예근성이 우선하는 건 아닐까.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 싶어하기보다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해 내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것보다 성형수술로 누군가에게 어필하고 싶어하는 심리도 결국은 같은 맥락 아닐까.

 

뭐가 옳은 건지 아니 뭘 어떻게 지지하고 반대해야 하는 건지

 

이성이 아닌 인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난 자주 길을 잃는다...

 

 

 

2007.10.08.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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