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
내가 무식한 거야 뭐 사방팔방에 소문난 이야기지만 (안 무식했으면 한국에 돌아오지도 않았다..ㅎㅎ) 아무리 양보를 할려고 해도 그리고 생각하면 할 수록 무식하다.
오죽하면 고딩때 안 풀리는 수학문제를 밤새 붙잡고 있다가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냈다는 걸 발견했겠냐고??? 가끔은 내가 나한테 질린다지..-_-
남들이 저건 절대 안 닦인다고 한 가스렌지를 미친X처럼 닦아대서는 결국 내가 이겼고 금요일엔 또(!!!!) 양변기에 묻어있는 묵은 때를 발견. 아 정말 이 집은 묵은 때의 화수분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양변기가 어디인가. 내 이쁜 엉덩이를 그것도 naked로 들이미는 곳이 아닌가 말이다. 모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바닥을 닦다가 발견을 했으니 어쩌겠는가 양변기를 뽑아낼 수도 없고 닦아야지.
그래 또 세 시간을 넘게 다른 곳도 아니고 물나오는 곳 쭉 돌려, 그러니까 닦기도 너무나 힘든 곳을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외로 꼬고 닦다보니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그래서 또 술마시고 개판쳤다..흑흑)
묵은 때는 절대 한 번에 닦이는 게 아니다보니 대충만 닦고 다음을 기약. 아 이젠 끝인가 했더니 어제 또 두 군데나 닦아야할 곳을 발견했다.-_-
어제 그녀가 청소하는 거 보니 이 집에서 평생 살려는 것 같다던데 나 진짜 억울해서라도 계약끝나면 이 집을 그냥 사야겠다..ㅎㅎ
어쨌든 내가 오늘 쓰고 싶은 무식함은 그게 아니다.
달리기를 하는 곳이 반정도는 흙이다. 서울같은 도시에서 흙을 밟고 뛴다는 게 감격적이라 조금 경사긴해도 또 무식하게 그냥 달렸더니 몇 일 전 부터 왼쪽 무�과 발목에 이상이 생겼다.
그럼 그만두던지 또 어제까지 무식하게 달렸다지. 오늘은 정말 무릎이 아파 안되겠다 싶어 달리기를 포기했냐고? 그럼 내가 무식하냐? ^^;;
어제 또 포도주를 무식하게 마시고는 문도 열어놓고 불도 안 끄고 이불도 안 덮고 침대에 그냥 쓰러져 죽은 듯이 잠이 들었다가(식탁에 안 엎어져서 자고 침대에 간 게 신기하다) 다섯시에 눈을 번쩍 떳다지. 혹 걱정하시는 분 계실까봐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겨울 원피스를 입고 있었기에 그게 미니원피스라 다리가 다 드러났을 텐데도 감기는 안 걸렸다..ㅎㅎ
커피마시고 어쩌고 했는데도 여섯시 20분 마침 밖도 밝아졌길래 달릴 준비를 하고 나갔다. 1.6킬로 정도를 달렸는데 무릎이 아파 도저히 그 길로 뛸 수는 없어서 지난 번에 걸어갔다는 서울숲방향으로 뛰었다.
역시나 서울숲을 못 찾아서 성수대교쪽으로 뛰었는 데 세상에나 돌아올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에 입구가 있더라는 것. 어찌나 감격적인지(무슨 보물찾기한 기분이었슴) 그리로 올라갔더니 구름다리가 쫙 펼쳐지는 데 이건 내가 감격하며 걷던 상해의 그 다리보다 낫더라는 거다. 서울숲 안 가본 신 분들에게 정말 그 다리 강추다!!!!
그래 거길 또 뛰는 데 글씨를 모르냐? 어디로 뛰어야하는 지 이정표를 볼 일이지 또 무식하게 그냥 냅다 뛰었더니 뚝섬이 나오더라는 것..-_-
그것도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어 버스정류장을 보고 알았다. 그럼 돈도 가지고 나갔겠다 무릎도 아프겠다 그냥 아무곳에서나 택시를 타고 올 일이지 무식한게 설마 집을 못 가겠냐란 심정으로 또 뛰다보니 막다른 골목.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지나가는 아저씨 그것도 자전거까지 탄 아저씨를 불러 청계천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나가는 곳을 알려준다.
나갔더니 아뿔싸 저 멀리 성수대교가 보이네. 그래 어쩌겠냐 성수대교까지 또 열나뛰었더니 내가 서울숲으로 들어간 곳이 나온다. 다시 들어가서 제대로 길을 찾아볼까 하다 이번엔 안(!) 무식하게 그냥 왔던 길로 들어섰다.
뛰다 힘들면 걸어야지 했는 데 힘이 안드는 거다. 그래 또 그 길을 뛰었다. 아령은 어쨌냐고? 어쩌긴 그 이쁜 걸 버릴 수도 없고 계속 들고 뛰었지. 사실 뛰었다기보다 거의 기다시피 했는데 뭐 그래도 걷는 아줌마들보다는 빠르더라.
천천히 뛰니 좋은 점은 힘도 안들고 또 길가에 꽃도 보이고 지나가는 총각들의 엉덩이도 보이고.(내가 엉덩이 섹시한 남자를 좋아한다.ㅎㅎ)
편의점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집떠난 지 두 시간 이십분만이더라고. 대충 짐작에 한 17킬로 정도 달렸을라나. 아령까지 들고 뛰었으니 그만하면 괜찮은거다.
마지막 860m정도를 뛰면서는 아 이거 느낌 좋은데 이 상태로라면 더 뛰어도 되겠단 또 무식한 생각이..-_- 그래 내년에 마라톤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지
원래 계획은 내년에 하프를 뛰고 후년정도에 풀마라톤을 도전해 볼려고 했는데 내 몸이 나를 안 도와주니 어쩌겠냐...ㅎㅎ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완주가 목표니까 도전해 볼만하겠다 싶다.
무식한 사야
그래서 내년 3월 동아마라톤 참가다..(마침 우리 집앞으로 지나간다니 온 집안 식구들 응원도 받을 수 있다..^^)
우선 매일 뛰는 양을 십킬로로 올리고 마라톤을 뛸려면 체중을 한 오킬로 감량해야할 것 같고 담배는 반으로 줄여야 할 듯하다
어차피 술은 조만간 음주오일제를 실행할 생각이었으니 기대하시라 개봉박두다..푸.하.하.하
2007.10.01 서울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