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전시회와 피아노독주회
아침부터 비내리던 일요일.
운동을 나가려는 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아무리 배짱이라고 해도 날씨도 싸늘해졌는 데 방수잠바도 없이 뛰기는 좀 무리일 듯 싶어 기다렸더니 다행히 그친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오늘은 어제 술도 적게 마시고 좀 오래 잔 탓인 지 넘 거뜬해 싱거웠다지..ㅎㅎ
간단히 운동을 마치고 준비를 해서는 답십리역에서 그녀와 만났다. 오늘은 음악회에 가는 날이지만 내 생일파티에서 만났던 관계로 그녀도 송현님 전시회가 궁금하다고 해서 오늘 겸사 겸사 함께 갔다.
고기공놈은 동생결혼준비로 바빠 조금 늦게 오기로 하고 일요일 점심시간 한산한 갤러리를 둘러보는데 너무나 좋다.
둔황이나 이런 곳에서 옛 글씨들을 감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또 얼마만에 가보는 서예전시회인지 감동해서는 그녀와 아주 꼼꼼히 작품들을 둘러봤다.
송현님은 겸손하게 말씀하셨는데 이거야 말로 대박이다. 송현님 글씨가 너무 좋아서 거금 만원을 들여 도록도 사왔다..^^
점심을 먹는 데 도착한 고기공놈은 식사도 거르고 전시회를 다녀오겠다는 열성을 표시. 서예보다 송현님 작품이 관심있다길래 빨리 올 줄 알았더니 밥 다먹고 길거리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안와서 찾으러 가는 사태발생..ㅎㅎ
지난 번 몽님이랑 인사동에서 잠시 밥을 먹고 차도 마셨지만 그래도 인사동거리를 여유있게 걸었던 건 또 오랫만.
아 이 곳도 변했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전시회 �아다니고 어쩌고 하던 역시 내 젊은 시절의 장소.
그 거리를 다시 걷는 그 기분도 아주 좋았다지. 마음같아선 정독도서관쪽으로 걸어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그냥 음악회를 보러 여의도를 향했다.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내가 한국살 때는 여의도광장이었던 곳이 공원으로 변한 것도 색달랐다. 고기공놈 언니는 또 왜 여의도는 자주 왔었냐던데 내가 또 그 대단한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한참 다녔던데다 말했듯이 철야기도는 밥먹듯이 갔었고 또 대학생때 심심해서 여의도 동아일보에서 하던 레크레이션 지도자 자격증을 따러 다녔다..흐흐
렌더맨님이 또 표를 주신 관계로 일찍 가서 표를 찾고는 로비에서 차한잔을 마셨다.
산토리홀이 보수관계로 문을 닫은 지 얼마던가. 그래 또 피아노독주회도 오랫만이고 자리도 좋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문제라면 볼프강 밧징어라는 빈음대교수신 이 분께서 그게 슈베르트건 쇼팽이건 다양한 작곡가들을 초지일관 같은 스타일로 치신 덕분에 아 모든 작곡가가 한 색을 낼 수 있구나 하는 역시 색다른 경험을 했다지..ㅎㅎ
그래도 어찌나 열심히 건반을 두드리시던지 그 모습이 보기 좋더라. 앵콜곡도 두 곡이나 들려주셨다.
돌아오는 길 포도주를 사와서 (나는 요즘 포도주 중독이다. 술이 집에 넘쳐 나는데 포도주를 한 이틀 안 마시면 괴롭다..-_-) 빨래 돌려놓고 사온 도록을 펼쳐놓은 이 시간.
그래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산다는 게 별거냐.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 되는 거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마저 정답게 들리는 저녁
이젠 월세도 한 달치 냈으니 이 집에 들어온 지도 한 달이 넘었고
구월의 마지막 날이다.
2007.9.30. 서울에서..사야
송현님 렌더맨님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아주 행복한 일요일을 보냈어요..^^
참 reunion파티 날짜가 결정되었습니다
10월 13일 토요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합니다
이번엔 회비도 있구요
그냥 만나고 싶은 사람들 알아서 오는 걸로 하는데 그래도 미리미리 알려주세요
그 곳에 대충 인원수는 말해야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