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사태에 대해
정신없는 날들이긴 하지만 아침마다 BBC뉴스를 보는 관계로 이 사태를 피해갈 수는 없다. (그래 나는 아직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온게 아니다. 동물원의 유리로 만든 배의 노래처럼 이 창넓은 곳에 앉아 내가 돌아온 세상을 그저 내다보고만 있다)
미얀마야 내겐 별 관계없는 나라지만 ( 아웅산수지여자랑 칼기폭파사건밖에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 우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해서 엄청 마음이 쓰인다.
예전에 리뷰인가를 쓰다가도 언급했지만 이 지구상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동시대를 사는 건 아니다.
우리가 유럽사회보다 늦게 개인주의를 향해 가고 있듯이 또 어딘가에선 우리가 핏값을 지불하고 얻은 그 것들을 같은 형태로 쟁취해 가고 있다.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도 아니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는 아이 젖주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지를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리를 가득메운 사람들 최루탄 가스 습격을 받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절. 아마 일본인기자인 것 같다던데 총에 맞아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
미얀마인터내셔날이란 티비에선 외국방송이 거짓말장이라고 하고 있고..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그렇게 똑같은지..거의 삼십년 전 광주에 대한 뉴스를 접하던 다른 나라사람들도 내가 지금 그런 것처럼 분노하고 걱정하고 그랬겠지.
오늘은 부시마누라까지 나와서 이 문제는 중국이 나서야한다고 호소하던데 그러게나 말이다. 이런문제를 과연 국내문제로 치부하고 구경만 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전쟁에 반대하지만 지난 번 코소보사태나 지금 미얀마의 경우는 어떤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경우 누구나 자신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해결해야하니까 외부군을 파견하거나 그런 개입이 아닌 정치적 압력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긴 과도기를 거치며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미얀마사람들도 그들이 이루어 그들이 만들어 가야할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거니까 말이다.
예전에 신랑과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는데 각 나라나 민족이 이해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는 다르다. 그러니까 미국이 맨날 지들의 민주주의를 심겠다고 난리를 쳐대는 거야말로 헛소리다.
예를들어 중국인들이 원하는 건 미국식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어마어마한 중국인들의 마음이야 내가 어찌 알겠냐만 내가 만나보고 돌아다녀본 결과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건 민주주의라기보다 민족적 자부심이고 국가다.
그게 자유의지일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는 거다. 내가 동물들의 과보호에 화가나는 건 동물들이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 지를 우리가 확인해볼 수 없기때문이지 남의 취향에 관여하고 싶어서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보편적 진리라는 건 없지만 어쨌든 인간들이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것까지 변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들의 요구가 너무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들이 강건하기를 그리고 외부억압이 조금은 성공해서 미얀마군부가 너무 큰 죄를 저지르지 않기를(하긴 여전히 눈 시퍼렇게 뜨고 잘먹고 잘사는 인간이랑 같은 땅을 밟고 있는 우리야말로 할 말이 없다만)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지구온난화에 제일 재수없게 굴던 미국이 이젠 나서고 있는 걸 보면 그래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2007.09.28 서울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