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곳.
Anne Trieba, 2001
오래전 신과 나의 관계정립(?)에 온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던 시절 일이다
꿈을 꾸었는데 내가 드디어 천국에 간 것이었다.
꼭 물고기가 수영하듯 날아다니며 얼마나 편안하고 신기하던지
웃음이 넘쳐나던 그 곳을 신나서 떠다니다 내가 다달았던 곳은 천국의 끝.
내가 행복해하던 그 천국은 다름아닌 눌러도 눌러도 터지지않는 투명한 질로 된 공같은 세계였다.
우주속에 떠있던 풍선 속의 사람들..그런데 전혀 그 밖을 보지 못하고 즐거워하던 그들
꿈속에서도 어찌나 절망스럽던지 놀라깬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오래된 꿈이 생각난건 우연히도 내 꿈과 닮아있는 영화를 보았기때문이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The Village (보실 분들은 이 글을 안 읽으시는게..ㅎㅎ)
카메라나 테크닉도 좋고 영화분위기가 꼭 도그마감독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용자체는 좀 황당하기도 한데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니 황당한게 당연한가..
그 마을은 숲으로 둘러쌓여있고 그 숲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
그 숲으로 들어가 괴물을 괴롭히지 않는 한 괴물도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규칙만 지키면 평온한 마을.
어느 날 부터 그 마을엔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마을의 원로들만 알고 있는 비밀들.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로 모여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감독의 전 영화 식스센스처럼 이 영화도 반전이 기가막힌데 영화 초반부엔 어디 핀란드나 노르웨이 19세기 얘기인가 했더니 주인공 아버지의 사유지인 땅을 야생동물보호구역이라 속여 관리하게 해놓고 그 안에서 유토피아를 만들어간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나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지는 않았지만 (하긴 내가 읽은 고전이 있을까마는..ㅜㅜ) 마을공동사유제, 화폐가 없는 사회등이 이 마을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
재밌는 건 그 괴물이 빨간 색이라 이 마을엔 모든 빨간 색이 금지되어있다.
북쪽에 뿔달린 빨간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믿고 겁내던 내 어린시절과도 닮았다.
마을의 원로들은 그 마을의 존속을 위해 그 괴물을 만들어냈고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세뇌시키며 마을 공동체를 공고히 해나간다.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심리는 나약함일까. 아님 이 영화에서처럼 신념일까
유토피아가 없다면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존재이유도 없고 해탈을 목적으로하는(맞나? ㅎㅎ) 불교도 존재이유가 없을 지 모른다.
갇힌 세계가 깨지는 그 순간.
모든 불안은 시작되는데...
깨지기전의 그 곳을 유토피아라고 믿고 안정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할까 아님 그게 가공된 진실이라는 걸 알아버리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할까.
유토피아라고 믿는 그 곳의 한계를 깨닫는 그 순간부터 진정한 유토피아가 시작되는 건 아닐까.
어쨋든 그리스어가 어원인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없다란 뜻이라는게 의미심장하다..^^
2004. 10.26 東京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