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이런 저런 떠도는 재미.

史野 2007. 6. 11. 21:08

 

 

떠도는 게 설마 서럽기만 하겠냐. 재밌는 일도 많다..ㅎㅎ

 

제일 재밌는 거야 당근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고 (뭐 지금의 나야 더 이상 재미없다만..^^;;) 언어에 따른 차이로 쇼(?)를 하는 것들이다.

 

요즘 가는 학원에 영국여자애랑 브라질 남자애 미국애 나 이렇게 넷이 배우는데 얘네들이 한자도 잘 모르고 아직 일본어가 서툴러서 발음도 넘 웃기고 하이튼 재밌다.

 

나야 연락하다나 확인하다 이런 단어를 딱 보면 알지만 얘들은 이해를 못하니까 엄청 헤맨다..ㅎㅎ 

오늘은 오랫만에 나온 미국애가 너무 헤매다 열받아서는 자긴 설명해도 모르는데 어쩌라는 거냐고 영어로 승질을 떨더라..-_-

 

예전에 나랑 같이 중국어를 배우던 한 독일애도 한자때문에 너무 절망을 했다 집에가서 다섯시간씩 더 공부를 하는 데도 도저히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거다.

 

어쨌든 그 애랑 나랑은 평소에 독일어를 썼는데 우리집에서 크리스마스파티를 하던 날은 신랑회사 중국애들도 많이 왔으니 왜 여자친구는 안 왔냐고 중국어로 물었다. 그랬더니 이 애왈 내 여자친구가 나랑 이혼하자고 해..하.하.하

 

발음을 잘 못해서 웃기는 일도 많은데 독일어로 여섯은 젝스다. 그런데 역시나 한 브라질 여자애가 맨날 섹스 섹스. 처음엔 정말 그걸 못 알아들어서 쟤는 왜 허구헌날 섹스타령일까 생각했더랬다..-_-

 

나라고 뭐 실수를 안했겠냐 어떤 아이뤼시애가 우리집에 오는데 어디서 내리냐고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쯤이냐고 물으면서 그 다리를 건너서 첫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는데 get off가 아니라 take off라고 했다.

 

걔가 좀 웃기는 애였는데 벗어? 바지까지 다? ㅎㅎㅎ

 

각 나라 말을 일부러 잘못 알려주고 망신을 시키는 일도 있는데 역시나 어떤 웃기는 한국여자애가 자기 일본인 남자친구에게 한국어로 마스터베이션이 '된장' 이라고 알려줬다.

 

내 앞에서 자긴 된장이 무슨 뜻인지 안다고 웃길래 된장이 무슨 뜻인지 아는게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너무 황당해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순진한 애 내가 진짜 된장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그러니까 내가 그런 단어도 모르는 왕순진이라고 생각했는지) 묻는줄 알고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된장의 뜻을 알려주더라는 거다..ㅎㅎㅎ

 

지난 주에 트레이너랑 수다를 잔뜩 떨고는 탈의실에 막 들어가는데 처음보는 어떤 여자애가 갑자기 날더러 한국어로 일본어를 어쩌면 그렇게 잘하세요? 하는거다. 순간 넘 당황을 해서 쳐다보는데 자기 한국어를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금새 일본어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래서 그때서야 나도 그러는 너는 한국어를 왜그렇게 잘하니? 했더니만 재일교포란다.요즘이야 한국드라마때문에 한국어 잘하는 애들이 많으니까 혹 그런 부류인가 했더니만.ㅎㅎ

 

나는 우리아파트에서 트레이너빼고는 일본어를 거의 안쓴다. 직원들이 다들 영어를 잘하는데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내게 유리한 언어를 쓰는 게 이익이라는 소신(?)때문이다.

 

그런데 새해에 헬스프론트 여자애 하나가 영어로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를 한국어로 하더라는 것. 그래서 그냥 쟤도 한국드라마 열심히 보나보다 하고 말았다.

 

그런데 내 트레이너가 얼마전 프론트에 한국어가 유창한 여자애가 하나 있다는거다. 역시나 위의 생각처럼 유창하긴 뭐가 유창하냐고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 못봤다고 했다..ㅎㅎ

 

그런데 다시 그 여자애가 서있길래 혹시 한국어 잘한다는 애가 너냐? 물었더니 잘 못한다고 한국어로 대답하는데 진짜 잘하는 거다. 그래 놀래서 한국어를 어디서 배웠냐니까 세상에나 드라마때문이 아니라 연세대어학당에서 육개월을 배웠다네

 

신기해서 결국 그 여자애랑 미팅(?)을 가졌는데 한국어 엄청 잘하고 지금도 꾸준히 KBS들어가서 보면서 공부를 하는 중이란다. 캐나다에 이년 있을 때 만난 한국친구들때문에 관심을 갖고 한국까지 가게 되었다나.

 

역시 넘 신기한건 그런 재원(?)이 왜 우리 헬스클럽 프론트에서 일을 하는 지 모르겠다..-_-

 

이 애가 넘 웃기게도 자기가 말은 안했지만 늘 내가 들고 다니는 책을 유심히 봤다나 어쨌다나..^^

 

보통 한국인들이야 일본어를 잘하니까 한국인들이 일본어 잘해도 안놀란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일본어를 잘 못하는데도 사람들이 잘한다고 무지 놀랜다..ㅎㅎ

 

특히 택시기사분들이 감탄을 하시는데 내가 버벅대면 당근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시고 한국인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일본어를 잘하냐고 마구 칭찬들을 하신다.

 

심지어 지난 월요일 어떤 아저씨는 내가 일본어를 하도 잘해서 일본인인줄 알았다길래 민망해서 삼년반이나 살았는데 이 정도가 뭐가 잘하는 거냐고 했더니만 삼년 반밖에(!) 안 살았는데 외국어를 그렇게 잘 할 수 있느냐고 까지 하셔서 넘 웃겼다..ㅎㅎㅎ

 

날더러 일본어를 잘한다니 아무래도 외국인들은 택시를 안 타나보다..^^;;;

 

나는 생긴건 드럽게 촌스러운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상하게도 어디를 가나 무지 환영을 받는 스타일이다.

 

독일에서도 울신랑 너랑만 나가면 대우가 좋다고 그랬고 내 그녀도 그런 이야길 자주하는데 정말 신기하리만큼 공짜 안주나 맥주등을 준다. (너무 없어보여 불쌍해서 그러나? ㅎㅎ)

 

오늘은 또 공부 마치고 그 중국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물론 내가 음식하나 더 시켜 싸가지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무척이나 맛있게 보이는 돌김을 그것도 아주 두꺼운 걸로 선물주셔서 넘 감동했다. 맨날 팔아주니 고마와서 그런다는데 나 오늘이 거기 겨우 세 번째다..^^;;;

 

어쨌든 재밌다. 그래 이렇게 재밌는 면도 있어야지 사는 맛도 가끔 나지.

 

그리고 오늘 나는 드디어 금요일에 있는 강연때문에 도쿄에 사시는 멜론님과도 대망의 통화를 했다..^^

 

번개는 아니지만 그리고 또 내 이 인터넷생활중에 온라인에서 만난 분을 처음 만나는 건 아니지만 떨리는 이 마음..ㅎㅎ

 

그래 이런 게 전부 이런 저런 떠도는 재미다..^^

 

 

 

 

2007.06.11.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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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런 수다를 떨 수 있는 이 공간 다음이 생 난리를 치는 건 떠도는 거랑은 전혀 상관은 없다만 내가 이 다음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은 때가 더블린이고 상해 홍콩을 거쳐 도쿄에 있는 지금,

 

오늘도 접속이 잘 안되고 내게 소통의 공간이 겨우 이거냐, 이래저래 생각이 많게 만드는 이 다음.

 

여기 발을 들여놓는 이 후 얼마나 많은 변화, 그리고 또 나름은 진보(?)를 해왔는가

 

이 공간이 사실 얼마나 내게 중요한데...

 

이건 당근 떠도는 재미가 아니라 역시 떠도는 서러움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