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십년 전 사진들..ㅎㅎ

史野 2007. 5. 17. 19:18

오늘이나 어제나 늘 고민만 많은 나란 한심한 인간은 할 일이 정말 너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앉아 술을 마신다.

 

비가 온다고 분위기 잡을렸더니 그 사이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내가 조만간 '저 남편에게 쫓겨났어요' (나를 아시는 분들 잘 듣기를, 남편을 버렸어요가 아니다..ㅎㅎ) 그러면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하.하.하

 

각설하고 내일 간다는 가든파티에 입을 옷을 찾기는 커녕 꼭 미용실에 가겠다는 머리도 산발이고 그 사이로 삐집고 나오는 흰머리는 통제가 안되는데 아 정말 괴로운 인생이다..^^

 

어쨌든 그래도 나름 언제 이뻐보이냐를 본다고 오래된 사진들을 보다가 찾은 사진들.

 

만 서른 살 파티!!!!!

 

 

(이 사진은 좀 클릭해서 봐주세요..ㅎㅎ)

 

아주 오래전에도 역시 올렸지만 정확히 십년 전 내가 만으로 서른이 되던 날. 나는 신랑이랑 둘이 생일축하를 하곤 밤 11시에 파리를 향해 떠났다.

 

막 중요한 중간시험(독일은 대학과 대학원 구별이 없으니 우리식으론 학사에 해당하는 시험)이 있어서 귀스타브 모로의 그림들을 과애들이랑 직접 보러가는 길.

 

그래서인지 생일파티가 사진을 보니 7월 6일이다. 아마 시험이 다 끝나고 주말을 골랐던 것 같다.

 

이유가 뭔지 저 위 인덱스속에 있는 사진들은 다 없지만 (아마 사진을 봤던 누군가가 집어간거 같다..ㅎㅎ)

 

 

당시야 폐인모드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긴 했어도 여전히 살이 덜 빠진 사야..ㅎㅎ

 

 

당시 우리 아파트 베란다가 너무 넓어서( 집 크기 비교..ㅎㅎ) 안에도 저기에도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번에 왔던 그 콘트라베이스 한다는 친구랑 그 뒤는 그 남편이다..^^

 

 

지금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지만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랄프와 파트너 카린.

 

너무나 잘 나가는 금융계에서 일하는 애인데 인연이 거의 끊긴 이유는 설명할려면 삼박사일이 필요하다. 물론 거기엔 그 이유에 대한 신랑과 내 의견차이가 한몫도 하고..ㅎㅎ

 

어쨌든 상해까지 왔던 애이고 둘 다 나랑 무지 친했었는데 안타까운 이야기. 저 남자애는 나를 늘 우리 집 식구들이 부르는 집안 이름으로 불렀다..ㅎㅎ

 

 

 

저기 가운데 놈이 예전에 가끔 sonne(sun)라는 닉으로 글을 남기던 애다. 독어과 사학년 때 독일에 어학연수 왔었는데 독일어도 잘했지만 진짜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했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독일어랑 상관없는 일을 하고 산다.

 

 

 부엌에 차려진 뷔페을 담아가는 장면인데 저 놈이 어찌나 잘먹는지 아마 사진을 보니 기억나는 데 누군가 넌 여전히 부엌에 있냐 뭐 그런 이야기를 물어서 일거다..그러고보니 인덱스에 있는 음식사진도 저 놈이 가져간 거 같다..ㅎㅎ

 

 

 

가운데는 나랑 같은 과 학생이었고 오른쪽은 마쿠스 왼쪽은 저 위에도 나왔던 신랑친구 마누라. 여기도 출현(?)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아버지가 터어키인 어머니가 독일인 혼혈이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준재벌의 무남독녀다..ㅎㅎ

 

 

인덱스엔 있어도 역시나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이 없는 그 애 남편인 안스카. 신랑이랑 고등학교 친구고 그 기생충 전문가랑은 둘도 없는 친구다..^^

 

아비투어 막 마치자마자 또 다른 친구랑 넷이 터어키로 한 달 여행을 갔었다는데 다들 차가 없었으니 고물차라도 산다고 돈을 모았더니 울 시부모님 그런 차론 위험하다고 당신들 차를 빌려주셨단다.

 

울 시어머니왈, 모든 부모들은 여행자체를 반대했기에 어찌 차까지 빌려주며 부추기냐고 무지 욕먹으셨단다..ㅎㅎㅎ

 

평소엔 우리 시부모님들이 훨씬 보수적이신데 저럴땐 참 멋지셨단 생각..^^

 

 

 

마구 웃고

 

 

또 하품을 하는 사람까지 있는 거 보니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이야기고..ㅎㅎ

 

 

이런 여러 친구들과 하는 파티의 핵심은 역시나 저렇게 자리를 옮겨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포인트다..^^

(저거 봐라 남들은 다 먹었는데 저 놈은 아직도 먹고 있다..ㅎㅎㅎ)

 

오른쪽의 저 매력녀는..

 

 

당시 나의 성악선생님. 지금 노래를 한 곡 뽑는 중이다.(아 돌아가면서 노래를 했다는 게 아니라 전문가만 한 곡 불렀단 이야기다..ㅎㅎ)

 

그러고보니 성악하는 남학생도 하나 왔었는데 어찌 사진엔 한 장도 없다. 그리고 저 뒷 배경의 분(?)은 나랑 동갑인데 내가 신세를 좀 진 고마운 사람이고 그 옆에 있던 역시 너무나 이쁜 그의 그녀 사진이 없네..ㅜㅜ

 

 

노래를 불렀으니 또 춤을 안 출 수는 없지..ㅎㅎ 춤 잘 못추는 내 남자랑 춤에 사교댄스에 일가견이 있는 얀야랑 시범 좀 보이고..^^

 

 

이젠 떠날 사람 떠나고 쓰러지는 분위기? ㅎㅎ 당시는 결혼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랄프의 여자친구였던 카린은 지금 이혼했다. 나랑 신랑친구 마누라중에서 가장 잘 맞았다는 애가 이 애인데..ㅜㅜ

 

어쨌든 십년 전 내 서른 살 생일 파티사진들

 

한국에 가서 생일파티를 할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독일친구들은 아무도 못 오는 반쪽 생일파티구나.

 

아 사람 욕심이란게 이런가. 막상 한국가서 사람들 모아 먹고 마시고 할 생각에 지금 무지 즐겁긴 하지만 독일친구들이 없구나란 생각에 조금 아니 많이 섭섭하다.

 

한국지인들도 서로 다 모르긴 해도 이야기들었던 독일친구들까지 함께 모일 수 있다면 정말 재밌을텐데

 

아니 영어때문에 다 머리 깨지려나..ㅎㅎㅎ

 

떠도는 인간의 서러움

 

불가능 한 걸 알지만 그래도 독일친구들도 다 부르고 리즈도 제리도 마유미도 홍콩캐런님네도 다 올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

 

아 혹 누가 말할까봐 미리 말하지만 안다 떠도는 내가 그나마 한국친구들만 모아 만나는 것만도 어디인지..

 

그리고 참 내가 마흔의 생일파티를 하니까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머리깨고 고민한다는 이야긴 했을거다. 울 작은언니마저 울 신랑 마흔때처럼 자기들이 뭔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러던데 아니다.

 

내가 한국에 가서 파티를 하는 이유중 하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거나 시간면에서도 부족한 내 남자를 위한 배려인 이유도 크다. 그러니까 나는 늘 상대가 뭘 해줄까 미리 고민하지 않고 알아서 내게 좋은 방법을 챙긴다..ㅎㅎ

 

이미 파티이야기도 올렸으니 혹 고민하시는 분들 있을까봐 미리 말하지만 (왜냐 생일파티니까 선물 사와야 할거 아니냐?) 선물은 사절이고 선물대신 두당 만원정도 받을 예정이다.

 

거의 스무명 가까이 되는 우리 식구들까지 받을 순 없으니까 그래봤자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 돈은 어딘가 기부할 생각.

 

그럼 쓸데없이 파티도 하지 말고 그 돈까지 기부하면 얼마나 좋냐는 그런 이야기는 제발 하시지 말길 바람.

 

나는 그냥 내 인생이 행복한게 내가 사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ㅎㅎㅎ

 

어쨌든 웃기는 이야기

 

'자기야 장소를 못 빌려서 전체 금액이 어떻게 되는 지는 모르겠고 일단 먹고 마시는 데로 내기로 했다.'

 

'헉. 아니 그럼 누가 뭘 먹냐 얼마나 마시냐 열심히 쳐다봐야 한단 이야기냐?. ' 

 

이게 내 남자의 첫 반응.하.하.하

 

이 남자는 더블린에서도 그랬다. 옆에 있는 어느 저택에서 가든파티를 하겠다고 시끄러워도 좀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는 글을 전부 돌렸는데 그 쪽지를 보고 감동한(!) 얼굴로 한 첫마디.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니! 자다 깨서 열받아 경찰에 전화하지 말고 잠들기 전에 미리 알아서 전화하란 이야기잖아'..ㅎㅎㅎ

 

 

 

그리고 보너스 사진

 

 

마쿠스랑 안야네 집에서 술취한 우리부부

 

 

이 사진은 안야가(내가 옷을 벗어서 그렇지 같은 날이다..ㅎㅎ)

 

 

 

이건 내가 찍은 사진..^^

 

아 최소한 저 둘이라도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불독커플도 오면 좋겠다.

 

자비네는 나보다 삼일 먼저 마흔이 되는데 내가 그녀 파티에 갈 수도 없고 그녀는 내 파티에도 올 수 없다니...ㅜㅜ

 

 

 

 

2007.05.17. Tokyo에서..사야

 

 

 

25606

 

허걱

 

포도주 한 병 따놓고 이 글을 쓰며 스모를 보며 야구를 보며 부엌은 폭탄맞았고 세월아 네 월아 하고 있었는데 내 남자가 7시도 안되어 나타났다. 목요일 성적으론 거의 테러수준이다..ㅎㅎ

 

어제 못한 운동을 하러 나타난 모양인데 술 절대 안 취한 척하고(그걸 믿을 내 남자는 아니다만..ㅎㅎ)운동하러 가는 남자에게 물었다.

 

자기야 나 포도주 사러 갈 건데 자기도 오면 마실거지? 하하하 사야 정말 잘 났다.

 

그래서 나는 아직 야구도 안 끝났는데 올리는 글을 살펴보기는 커녕 잽싸게 술 사러간다..하.하.하

(아 이런다고 또 그럼 생일파티도 없는건가요? 이렇게 순진하게 묻는 분들은 없길 바란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