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다나베 세이코-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史野 2007. 5. 3. 17:20

얄미운 여자들 이야기 

 

2005-06-11 21:07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제목을 알고 있던 나로선 당연히 장편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이라 처음엔 황당했다.

 

줄이 끈어지듯 툭 끊겨나가는 이야기들..

그래 그랬다고 뭘 더 바라는데?

 

읽을 수록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고 매력적이라곤 생각했어도 책장을 덮을때까지도 그런 조금은 황당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다 쿨하다. 거의 모두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남자에게 기대지 않으며 사랑에도 남자와의 섹스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의 찌거리들이 쌓이고 쌓여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짜증스러운 보통 연애소설들과 그래서 확연히 구별된다.

 

그녀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자신을 냉철하게 들여 다보며 삶을 즐기고 사랑을 즐기고 자신을 추스리며 매 장면을 살아간다.

아직도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남편에게 의존하고 살고 있는 나같은 여자에겐 조금은 낯설고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트집을 잡고 싶을만큼 깔끔한 그들의 감정이 얄밉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사랑이란 괴로와도 하고 미치도록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때론 울며 매달리기도 하고 그런 감정이 아니었던가 우기고 싶어졌다.

 

이 책에 묘사된 이야기들은 김치찌게같은 사랑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된 일본식 벤또같은 사랑이 아닌가 싶어져 왠지 바닥에 깔려있을 듯한 내 편견을 동반한 외로움의 실체를 찾으려고 애도 써보고.

그래서 이십년전에는 쿨한 사랑을 했던 그녀들이 이젠 내가 보기엔 답답하기 그지없는 겨울연가식 사랑에 열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도 해보고 말이다

 

지금 이 상태로 늙어버릴 것같은 나는

생각만큼 괜찮은 내면을 가꾸지도 못했고 외모조차도 자신없어져가는 그런 나이의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재산도 가지고 마사지등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며 이번이 마지막이듯 상대와 미련없는 사랑을 나누는 마흔이 넘은 소설속 주인공을 보며, 아니라고 더 늙으면 이렇게 세월을 함께 쌓은 상대가 옆에 있는게 훨씬 행복할거라고 자꾸 심술부리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동경에 살면서 이 곳이 한국보다 20년은 앞서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소설이 20년전에 쓰여졌다니 이십년보다 더 차이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 의식만이 그렇게 머물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