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신랑이랑 한 시간이 넘게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완전 흥분 모드다. 아마 맥박은 한시간 달리기 한 거 보다도 더 뛰는 거 같다.
토론이라기보단 그냥 나혼자 열받아서 신랑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또 설명하고 그런 과정이었다만.
한국에 살지도 않는 해외거주자인 주제에 뭔 그리 관심이 많냐면 할 말은 없다만 대한민국 법이 그지 같은 관계로 나같이 어느 나라의 영주권도 없는 인간은 아무리 해외거주가 길어도 대한민국 주소지를 가지고 있어야 여권이 나오고 그러니까 선거권도 있다.
내가 이중국적에 반대하는 이유인 것처럼 어쨌든 내가 선거를 하건 안하건 선거권이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하는 건 당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있는 해. 어찌 나라고 그저 내가 잠을 자느니 못자느니만 따지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최고의 지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명박.
예전에 그의 자서전인지 뭐시긴지 하는 걸 읽었다. 별 책을 다 읽는다고? 읽어야 뭔 말을 할 거 아니냐.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거론되어 지는 인간들의 책을 거의 읽는다. 내가 좌파는 아니다만 성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박노자 한홍구 김규항 강준만 신영복 서중석 진중권 고종석 등등 해서 복거일 심지어 김완섭 더 나아가 읽다말긴 했어도 박철언 이영훈의 글도 관심을 가지고 본다. 어찌보면 조갑제 글만 안 읽은 거 같다만 조갑제 글도 최소한 인터넷에서는 찾아 읽는다. 그래 지만원 글도 열심히 읽는다.
어쨌든 우리의 희망이신 이명박님은 얼마전 박근혜캠프에서 음해(?) 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엄청난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계신다.
겨우(?) 국회의원을 할려다가도 선거과정에서 그런 비도덕적인 면을 만방에 알리신 분 아닌가.
나는 지금도 그가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고 그 비서관이 실수였다 어쨌다 구구절절히 변명을 하던 그의 기자회견을 기억한다.
그렇게 거짓말을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국민을 우습게 알던 그가 그래서 결국은 법의 심판까지 받은 그가 대선후보중 지지도가 가장 높단다.
도대체 지도자라는 걸 아무나 하나? 눈하나 깜짝 안하고 국민앞에서 거짓말을 하던 그가 대한민국에서는 그래도 통한다니 우리가 그보다 더 그지같은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이던지 대한민국은 도덕성이라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던지 둘 중의 하나다.
그리고 박근혜.
내가 박근혜를 기억하는 건 당연히 어려서 어머니대신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그 우아한 모습이다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다 늙어서 대구인지 어딘지 재보선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의 인터뷰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이 나라를 잘 이어갈 생각이라나?
아니 대한민국을 박정희가 만들었다냐? 어찌나 황당하던지. 지도력 어쩌고 하는데 과연 박정희가 일본과의 굴욕적 외교를 통해(이 외교문서를 당연히 공개해야한다!!!!) 받은 무상 유상 차관과 제발 베트남 파병하게 해달라고 해서 파병군인들 속이고 얻은 돈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이 경제발전이 가능했을까?
그 아래서 죽어라 일하며 인생의 즐거움이란 뭔지 인권이란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어간 우리 부모세대가 이루어놓은 나라가 아니고 박정희가 이루어놨다고???
부모의 일을 왜 자식에게 전가시키냐고 연좌제 어쩌고 하던데 과연 그게 맞는 말일까? 그럼 왜 우리는 부모세대가 저지른 일본의 범죄에 대해선 자꾸 난리인데?
그리고 박근혜는 부모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위에 언급했듯이 퍼스트 레이디를 행세하며 그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도 그 책임이 전무할까?
그래 그건 빼놓고서라도 큰 칼 차고 싶어 혈서쓰고 만주에 간 다카기 마사오. 좌익에 몸담았다 동료팔아 구원받은 박정희 종신대통령이 되려고 헌법까지 뜯어고치는 그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을까.
나는 정말 헌법이 중요하니 어쩌니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박근혜를 보면 실소를 금하지 못하겠다. 인혁당 사건이 법에 의한 심판이니 뭐 할 말이 없다고?
그런 아버지를 가졌다고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당근 없다. 그래도 최소한 그 아버지가 한 일에 대한 반성이나 역사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이 놈의 경제대국인지 뭔지의 수장자리를 할 자격은 될거 아니냔 말이다.
정말 웃기고 한심하고 열불나는 건 한나라당의 두 대선주자이면서 그 반목이 얼마나 심하고 편가르기가 하늘을 찌르는지 서로 공작정치니 어쩌고 난리친다는 것.
두고볼까? 저렇게 서로 미워하는데 과연 누가 하나 경선에서 이겼을 때 밀어주고 어쩌고가 가능한지? 오 하나님께 맹세하지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손학규
너무나 오래 떠나있어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를 잘 몰랐다. 대선 주자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그의 홈페이지를 즐찾해놓고 자세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인간이더라는 것.
그래 지속적인 관심으로 읽어나가다보니 이 인간은 또 탈당.
아니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도 하고 어쩌고 그러다 막판에 떠나면서 그 이유가 뭐냐. 기자회견하면서 울던데 본인이 운 이유야 내 알바 아니지만 자기가 몸담고 있던 당을 그렇게 우습게 만들면서 눈물이라도 안나오면 정말 사람도 아니다.
꼭 자기가 대통령이 되야하는 걸까? 나야 기염을 토할 일이다만 이명박이던 박근혜던 대통령이되면 그 옆에서 양심있는 한 인간으로 남아 조언을 하는 건 전혀 불가능한 걸까?
이건 무슨 사극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2007년 경제대국이라는 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유럽의 사생활의 역사라는 책을 보다보면 몇 백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도 아 이건 지금 우리나라 이야기인데 하며 공감하게 되는 일들이 있을 지경이니 뭐하자는 건지.
그래 나 열 좀 받았다. 아니 자주 받는다.
이런 이야기 신랑에게 하다보면 내가 아무리 내 남자가 이성적이고 존경하고 어쩌고 해도 드럽게 쪽팔린다.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 아니 혹은 어떤 근거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같냐고 외부인의 입장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말해보라고 쿨하게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땀난다.
젠장 노통을 드럽게 욕하지만 저 윗 사람들과 비교해서 노통이 뭐가 부족한가? 김홍업인지 뭐시긴지 또 국회의원 당선되었다던데 나는 노통의 자식들 이름도 모른다.
노통이 좌파라고? 아니 좌파정권 아래서 부자들이 더 부자되냐? 이러니 진짜 좌파들이 노통을 비판하는 건 이해하고도 남는다만 보수 우파들이 노통을 비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늘 신랑하고 이야기하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게 독재자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냐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까지 오다 보니 조선왕조마저도 왕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신랑은 당근 조선왕조는 왕권이 강력했다고 이해 하길래 아니라고 열명 가까이 독살을 당할 정도로 왕권이 강력했던 나라가 아니란 이야기를 하면서 왕의 남자의 예를 들어 말했다. 왜 거기서도 선왕의 법이 어쩌고 하다가 결국 연산군이 쫓겨나니까.
아 나는 정말 모르겠다.
아무리 머리를 깨고 앉아 고민을 하고 책을 읽고 해도 도대체 이 한국인들이 가진 비이성성과 생후 습득이 아니라 꼭 유전자를 타고 흐르는 것 같은 이 한국적 특수성에 대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고민하고 공부할 수록 길을 잃는 기분이다.
도대체 저런 인간들이 먹히는 사회. 앞 뒤 잘 따져보지 않고 과거는 잊는 우리의 실제 모습은 어떤 상황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저 셋이건 아님 둘이건 대통령후보로 나온다면(아니면 또 누가 있는데? 젠장) 굳이 한국까지 가는 비행기값 내가며 투표를 할 마음은 없다만 한 표가 중요하고 절실한 상황이라면 나도 가서 투표할 생각은 아직 있다.
도쿄에 사는 내 국적은 한국 그리고 공식적인 주소지는 서울이니까.
왠수땡이 신랑은 네가 고민하는 문제가 흥미롭고 자기 역시 알고 싶은 부분이라며 네 고민이 더 발전해서 뭔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단 말을 남기고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만
자기야, 내겐 이게 흥미로운 문제가 아니라 나란 인간의 정체성, 26년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여자가 어느 정도 그 자란 사회에서 영향을 받고 그 사회에서 벗어나 얼마만큼 객관적 사고 혹은 이성, 아니 인류의 보편적 사고가 가능한지 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거든?
살아간다는 건 나와 내 주변
그 관계에서 얼마나 타자화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관계의 헤게모니를 이해하느냐의 문제일텐데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구..
모르겠다구
도대체 어디에 자리를 잡고 사고를 진전시켜야 하는 지 말이야..ㅜㅜ
2007.04.28. Tokyo에서..사야